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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대신 보기] 미드소마(아리 에스터)_리뷰/감상문/평론

 
미드소마
“이런 축제는 처음이야”한여름, 낮이 가장 긴 날 열리는 미드소마에 참석하게 된 친구들. 꽃길인 줄 알고 들어간 지옥길, 축제가 끝나기 전까지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평점
5.5 (2019.07.11 개봉)
감독
아리 에스터
출연
플로렌스 퓨, 잭 레이너, 윌 폴터, 윌리엄 잭슨 하퍼, 빌헬름 블롬그렌, 엘로라 토치아, 아치 마데크위, 다그 안데르손, 비요른 안드레센, 앤더스 백, 안데르스 베크만, 맷츠 블롬그렌, 클라우디아 차니, 군넬 프레드, 이사벨 그릴, 함푸스 할베리, 레베카 욘스톤, 안키 라르손, 리브 미에네스, 헨리크 노를렌, 루이즈 페터호프, 안나 오스트룀, 율리아 라그나르손, 라르스 베린게르

 



오늘 대신 봐드릴 영화는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 입니다.
강력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1. 들어가는 말

여러분들은 무엇이 가장 무서운가.

어렸을 때는 어두운 밤이 무서웠다. 무채색의 공간에 무엇이 숨어있을지 두려웠고, 그러한 두려움은 한번 솟아오르면 떨치기도 쉽지 않아서 혼자 방 안에서 잠에 드는 것이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어둠이 무섭지 않았다. 대체로 어둡고 무언가 있을 것만한 곳에는 역시나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나이가 먹어가며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진짜 무서운 일들은 대체로 한 낮에 일어났다. 한 낮이야 말로 만물이 격동하는 시기였다.

장소로 따지자면 어느 곳이 손에 꼽을 정도로 무서운가.

도시가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순진한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자라 도시에서 죽는다. 요즈음에는 더더욱이 그렇다. 이런 시대에는 교외야 말로 진짜 두려운 법이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공포를 느끼기 마련이니까.

종합해보자면, 진짜 공포는 해가 쨍쩅한 한 낮의 어느 인심 좋은 시골마을에서 기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와 함께라면 이 이야기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2. 소개

'미드소마'는 2019년에 개봉한 아리 에스터 감독의 포크 호러 영화다.  이전에도 '유전'으로 주목받은 아리 아스터 감독은 낯선 이미지와 현실적인 요소를 공포스럽게 조합하여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기묘한 감각을 느낀다. 공포스럽고 음침한 도입부는 항상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스크린을 그만 끄고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다. 누적된 우울함과 긴장감이 최고조로 이르는 시점이 되면, 갑자기 발작적인 유쾌함(과장이 아니다)이 치민다. 

 

혹자에게 사이코패스로 오해를 받고 싶진 않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이는 우리가 수련회나 수학여행 마지막 날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주워담던 도시전설을 들었을 떄와 비슷하다. 이야기의 공포성이 극에 달하기 직전에 유쾌한 감정이 고조를 찍게 된다.

 

감독은 이 영화를 4년 동안 구상해서 연출했다고 한다. 이는 영화 곳곳에 배치된 섬세한 스웨덴 전통양식/문화/ 그리고 바이킹 처형방식 등 구체적인 요소들로 나타난다.   

 

3. 줄거리

조금 피곤한 스타일

영화는 주인공 다니의 동생인 테리가 부모님과 함께 동반자살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니는 동생 테리의 연락을 받고 남자친구 크리스찬에게 다급히 전화를 걸어 불안함을 호소하지만, 크리스찬의 반응은 어딘가 차갑고 무관심하다. 크리스찬을 둘러싼 친구들은 다니의 성격적 결함과 불안정성을 지적하며 크리스찬에게 이별을 권유하나, 크리스찬은 주저한다.

다시금 울리는 벨소리에 잠시 주저하다 전화를 받게된 크리스찬은 다니의 동생이 부모님과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다니는 더더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크리스찬은 논문작성 겸 여행 차원에서 스웨덴으로 한달이 넘게 여행을 떠나려고 하지만, 다니가 한켠에 걸려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지못해 다니에게 함께 가자는 이야기를 하게되고, 불만이 가득한 친구들과 크리스찬, 다니는 스웨덴으로 떠난다.

이장님 덕담이 길어지는 듯 하다.

일행은 크리스찬의 친구 펠레의 고향인 호르가 마을로 떠난다. 하지 기간동안 호르가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를 체험하며 이를 주제로 논문을 쓰는 것이 목적이었다. 마을은 분명히 순박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어딘가 비밀을 간직한 듯한 모습이다. 

 

호르가의 주민들은 삶과 죽음의 순환을 강조하는데, 노인들은 출생 후 72년이 되는 해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 이름을 아이에게 물려주며, 72세가 넘어도 살아있다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등 언뜻 이해되지 않고 기괴한 풍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살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행들은 잠깐 고민하다가 연구를 계속하기로 한다. 

호르가 마을에는 기괴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마을을 떠나려던 커플이 실종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마을 소녀가 노골적으로 크리스찬을 유혹하기도 한다. 5월의 여왕을 뽑는 전통 축제에서 다니가 우승하자, 크리스찬의 친구이자 호르가 출생의 스웨덴인, 여행의 호스트이기도 한 펠레가 그녀에게 진한 키스를 한다. 

 

크리스찬이 소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기괴한 모습의 노파들 앞에서 어떤 의식의 일환인 것처럼 관계를 맺는 장면에서 불안감은 절정을 찍는다. 다니는 그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4. 결말

호르가 마을의 미드소마 축제는 90년에 한번씩 9명을 제물로 희생시키기 위한 축제로, 외지인과 마을사람들, 그리고 5월의 여왕이 지정한 대표인 한 사람을 제물로 악을 몰아내는 의식을 준비하기 위한 축제였다. 

축제의 기괴한 의식과 전통들은 모두 인신공양의 제를 올리기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다니는 잠시 주저하다가 소녀와 관계를 하고 도망치던 크리스찬을 제물로 지정한다.

 

제물이 바쳐지는 움막이 화마에 휩싸이고, 숭고한 태도로 제물에 자원한 마을 주민들의 비명과 크리스찬의 비명이 울려퍼진다. 다니는 고통스럽게 울부짖다가 신성한 움막이 마침내 불타 주저앉는 순간, 미소 짓는다. 

 

5. 포인트

북유럽 전통양식과 스웨덴 교외의 한적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구성된 미드소마는 시각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공포영화 중의 하나다. 의상부터 음악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구현/배치되었으며, 아리 애스터 감독 특유의 차후 일어날 일에 대한 복선을 치밀하고도 세련되게 보여주는 연출이 완벽하게 적용된 작품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처음부터 청중에게 제시되나, 서사의 전개는 놀랍도록 치밀하고 장르적인 관점에서 충실히 불안감을 유발시킨다. 

영화는 외부인들을 이용하는 일종의 컬트들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니의 이별과 성장에 대한 드라마다. 영화의 포커스는 누가 어떤 사건을 통해 이단에 합류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결국 어떤 전개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작중 내내 묘사되는 다니의 고통은 무자비한 살인과 공포스러운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호르가와 미드소마 축제라는 장소적/시각적 위상에서 해소된다.

악을 불태우며 울부짖다 악이 무너지는 마지막 순간에 웃음짓는 다니의 표정은(물론 무서운 표정이긴 하다만) 응원과 격려를 담은 따뜻한 시선을 느끼게까지 한다.

한편으로 미드소마의 강렬한 미쟝센은 다소 난해하고 충격적인 경향이 있다. 

영화의 이미지는 분명히 매우 인상적이고 아름답지만, 때때로 지나치게 충격적이고 자극적이다. 특히, 자살하는 노인의 이미지나 불쾌할 정도로 구체적인 고문 장면 등은 분명 밝은 배경과 대비되어 영화의 긴장감과 장르적 특이성을 배가시킨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 관객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요소이긴 하다.

 

또한, 다니와 크리스찬을 제외한 조연들의 전형적인 캐릭터성도 다소 실망스럽다. 전통을 무시하다 원주민들에게 살해당하는 뺀질이 캐릭터나, 하지말라는 행동을 몰래 하다가 들키는 모험 정신 투철한 희생자는 너무 전형적인 공포영화 클리셰지 않은가. 

 

6. 마무리

 

싸움난 아이들을 화해시키는 교장 선생님 같다.

전반적으로, 미드소마는 미술과 기술적인 면에서 뛰어나며, 독특하고 충격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다. 잔인하고 난해한 장면 등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심리 스릴러이며, 공포영화광들이라면 대부분이 가지고 있을 심리적 마조히즘을 충실히 자극할만한 작품이다. 

 

'한낮의 지옥', '시각적 고문' 등으로 불리는 영화, 미드소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