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신 봐드릴 영화는 아니시 샤간티 감독의 2018년 작 서치입니다. 결말을 포함한 아주 강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으시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1. 들어가는 말
외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주연배우가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 국내 시장에서 영화의 매력은 플러스가 된다. 서치도 그러한 경향의 수혜를 입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세계 박스오피스 수입의 1/3을 한국에서 올렸으며, 덩달아 주연 배우들의 인지도도 올라가 다소 마이너할지는 몰라도 탄탄한 팬층을 국내에 구축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영화의 성공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논 픽션 영상들의 조합으로 현장감과 사실감을 강조하는 작품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네모난 컴퓨터와 핸드폰의 스크린, 심지어 검색창의 움직임만으로 표현되는 영화적 세계가 기존에도 존재했었나? 아마 아닐 것이다.
참신한 연출과 깊은 스토리가 돋보이는 영화, 서치다.
2. 소개
컴퓨터 화면을 보듯이 연출된 영화의 장
아니시 차간티 감독은 광고감독 출신으로, 구글사의 광고를 유튜브에 업로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끝내 혁신을 대표하는 굴지의 IT기업 구글사에 광고 담당으로 입사한 1991년생의 젋은 인물이다.
광고 감독 특유의 평범한 것들을 참신하고 혁신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는 시각을 장편으로 담아 영화계에 데뷔하였는데, 그 처녀작이 바로 서치다.
감독은 광고 특유의 방식을 적절히 적용하여 영화의 서사를 전개한다. 영화의 초반에 이미 청중들은 사건에 깊게 몰입하게 되며, 순간적인 몰입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배치한 멘탈 게임을 통해 팽팽히 유지된다.
감독은 서치의 촬영을 위해 12가지 정도의 카메라를 활용했다고 말하는데, 어떤 날에는 단순한 핸드폰 카메라가 촬영의 메인이 되는 A카메라기도 했고, 어떤 날에는 컴퓨터 내장 카메라를 활용해 하루 촬영을 마쳤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지극히 현대적이고도 세련된 형태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3. 줄거리
신파 요소가 일부 있지만 세련되어 거북하지 않다.
영화의 오프닝은 다소 감정적으로 사건의 배경을 설명한다. 가족의 공용 컴퓨터에서 화면이 펼쳐지고, 데이비드(존 조)와 파멜라(손사라) 부부가 딸 마고를 키우는 이야기를 담은 홈 비디오 클립이 전개된다. 홈 비디오의 적절한 배치와 편집을 통해 청중은 마고가 유아에서 십대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고, 이 단란한 가족에 관찰자적인 시각으로 몰입하게 된다.
파멜라는 림프종 말기 진단을 받고 비디오 클립의 분위기는 변한다. 데이비드는 홀아비가 되고, 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데이비드와 마고트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 둘 사이에서 이어지는 영상통화와 메시지 기록이 스크린에 그려지며, 소통할 수 없는 두 부녀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두 통의 부재 중 전화와 몇 건의 메시지를 남기고 딸 마고가 사라진다.
데이비드는 실종 신고를 하고 빅 형사가 사건을 맡게된다. 그녀는 데이비드에게 마고의 SNS 기록을 적절히 조사하여 그녀의 친구들에게 정보를 캐내보라고 말한다. 실리콘 밸리에서 일할 정도로 기술적 친숙성이 높은 데이비드지만 유소년 층의 트렌드는 쉽게 적응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는 딸의 삶을 깊숙히 이해하게되며,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음을 깨닫게 된다. SNS에서의 인간관계는 진정한 의미의 관계가 아니었거나, 극도로 과장된, 또는 극도로 축소된 현실관계를 반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딸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될수록, 데이비드는 딸이 납치되었거나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었을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들을 마주하게 된다...
4. 결말
사건의 열쇠는 로즈마리 빅 형사의 아들 로버트 빅이 쥐고 있었다.
자폐증을 앓던 그는 짝사랑하던 마고에게 접근하기 위해 SNS상에 가짜 신원을 내세워 그녀에게 접근한다. 어느정도 친분이 생기고 난 후, 단순히 관심을 끌어보려고 한 거짓말에 마고가 덜컥 거금을 송금하자 불안감과 죄책감에 의해 모든 것을 솔직히 밝히고 털어놓으려던 중 겁 먹은 마고를 절벽에 밀어버리게 된다.
사건을 담당한 빅은 이 사실을 알고 사건을 은폐하고자 하였지만, 데이비드의 기지에 의해 검거되게 되고 사망한 줄 알았던 마고 역시 기적적으로 구조된다.
영화는 사건으로부터 2년이 지난 후, 이제는 사건의 아픔을 회복하고 더욱 성숙해진 두 부녀를 조명하며 막을 내린다.
5. 포인트
검색화면과 웹캠 화면의 조합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파운드 푸티지 라는 장르가 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하위 분류로, 말 그대로 "발견된" + "증거"의 형태를 띄고 있는 장르다. 이는 어떤 종류의 서사를 담고 있는 논 픽션 장르의 동영상을 제3자의 관점에서 관찰하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매우 저렴한 제작비로 현장감과 몰입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 영화는 물론 엄밀히 파운드 푸티지의 장르는 아니다. 카메라맨의 관점에서 어떤 목적성을 띈 촬영이 이뤄지는 형태로 서사가 이어지지 않고, 극한의 롱테이크나 최소한 의도성이 옅은 편집을 거쳐 이어지는 연결성이 강한 영상으로 이뤄진 작품도 아니다.
그러나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은 파운드 푸티지의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다. 장면의 대부분은 아이폰/페이스북/GPS 등 사실적인 매체들의 집합으로 표현되며, 이를 교묘하게 연결지어 영화의 서사를 전개한다.
또한 이러한 장르적 특이점은 영화의 주제를 더욱 더 강조한다. 칸막이로 철저하게 나뉘어진 부녀의 모습은 둘 사이의 단절을 더 강하게 묘사하며, 때로는 무감각하며 때로는 감정적인 글자들의 움직임과 화면의 전개는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물론 줄거리 측면에서는 일부 단조로운 면이 있다.
전반적인 서사의 전개는 예측 가능한 전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며,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매체를 통해 의사소통하고 행동하는 만큼 다소 부자연스러운 행동들이 일부 눈에 거슬린다.
또한, 스릴러적인 요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전과 두뇌게임은 다소 상투적이기까지 하다.
6. 마무리
전반적으로 영화는 매력적이다. 현대적인 기술을 모티프로 한 세련된 시각 연출은 관객들의 이목을 끌고, 상투적이더라도 현장감있는 전개는 끝까지 몰입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